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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선 대기자 jeonmae5242@naver.com
여야가 비례대표제 개편을 두고 이해관계를 앞세우면서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선거제 개편이 공전하고 있다. 여야 모두 현행 비례대표제가 야기한 위성정당의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정파적 이해와 여론의 반발 등을 고려해 섣불리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동제를 도입하거나 비례대표를 늘리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소수 야당과 연합해 도입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정당이 받은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산출한 후 그 만큼 의석을 채우지 못했을 때 비례대표에서 모자란 의석의 절반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표의 비례성, 대표성, 다양성 강화 등 명분에도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로 이어지면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되려 거대 양당 체제 강화, 위성정당 출신 인사의 극단적인 행보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출범 이후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앞다퉈 공약했지만 정파적 이해로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했다. 선거 규칙 결정에서 배제됐던 국민의힘은 일찍부터 병립형 회귀를 당론으로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병립형으로 회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병립형 회귀는 거대 양당 기득권 타파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정신을 저버리는 개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규칙이 전체 선수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일부 선수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급하게 결정되면서 출발부터 결함이 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비례대표제는 원래 내각제에서 하는 건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하면서 비례대표를 한다"며 "선거제는 권력구조와 연관돼 생각해야 한다. 합리적인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에서 얘기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대통령 중심제와 비례대표제는 상극인 제도"라며 "내각책임제에서는 비례대표제를 쓰고 있지만 대통령 중심제를 택한 미국에는 비례대표제가 없다. 궁합이 안 맞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골고루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례대표제 취지"라며 "제일 이상적인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아무런 조건을 달지 말고 해야 한다. 거기에 '준(준)을 붙이고 캡을 씌우고 해서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소수 야당 주도로 설계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을 도와주고 다양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는 좋았는데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정당은 (비례대표) 당선자가 못 나오도록 돼 있는 결함이 있는 제도"라며 "어느 시점에 유불리 문제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례대표 (규모)를 늘리는 것이 정공법"이라며 "비례대표 확대를 찬성하는데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와 지역구 축소가 어렵다는 절벽에 막혀 있다. 그래서 만들어낸 꼼수가 지금 방식"이라고 했다. |
